SCOTWORK KOREA × MINDDREAM
협상 브리핑
Vol.12 · 2026년 6월 16일 · 매주 화요일
노사협상이 가장 어려운 협상인 이유
— 기술이 아니라 신뢰가 먼저입니다
3줄 요약 — 바쁘신 분들을 위해
매년 이맘때가 되면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준비를 충분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왔어요."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반응해서 대화 자체가 안 됐습니다."
"작년이랑 똑같이 흘러가는 것 같아요."
단체교섭 시즌이 돌아온 것입니다.
인건비 상승률, 영업이익률, 동종 업계 임금 데이터까지 챙겼습니다. 논리는 완벽합니다. 회의실에 들어갑니다. 노조 대표가 맞은편에 앉습니다. 발표를 시작합니다.
두 시간 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논리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관계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사는 협상 상대 중 가장 특수한 관계입니다
협상 상대를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번 보고 말 상대와, 평생 봐야 할 상대.
관광지 기념품 상인과의 흥정은 일회성입니다. 다시 볼 일이 없으니 서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는 전술이 통합니다.
노사는 반대입니다. 맞은편에 앉은 노조 대표는 어제까지 같은 층에서 일하던 사람입니다. 이 협상이 끝나도 내일 같은 복도에서 마주칩니다. 내년에도 같은 테이블에 앉습니다. 10년, 20년을 반복합니다. 이 관계에서 단기적 승리는 장기적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일반 B2B 협상
노사협상
이 테이블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논리가 아닙니다. 신뢰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신뢰가 무너진 노사 테이블에서는 예측 가능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사측은 4% 인상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1%를 제안합니다. 노측은 5% 전후에서 타결될 것을 알면서도 9%를 요구합니다. 둘 다 어차피 거절당할 것을 압니다. 그래서 더 높게, 더 낮게 시작합니다. 하이볼·로우볼(High ball / Low ball) 전술입니다.
감정이 격해지고, 휴회를 반복하고, 결국 중간 어딘가에서 만납니다.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합니다. 에너지는 소진되고 남은 신뢰마저 갉아먹힙니다.
신뢰가 없는 테이블에서는 아무리 좋은 데이터도 "어차피 우리를 설득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근거를 더 챙겨와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유입니다.
신뢰를 쌓는 3가지 원칙
신뢰 구축은 어렵습니다. 하나의 잘못된 행동이 수년간 쌓인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지만, 한 번의 올바른 행동으로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시작은 있어야 합니다.
01
신뢰 구축의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합니다
양측이 그간 신뢰를 저해했던 행동들을 함께 나열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문서로 약속합니다. 선언 자체가 출발입니다. 약속을 적었다는 사실이 이후 행동의 기준이 됩니다.
02
합의된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협상 담당자가 바뀌어도, 노조위원장이 교체되어도 약속은 이어져야 합니다. "그건 전임자가 한 약속"이라는 말은 변명이 아니라 신뢰를 끊는 선언입니다.
03
공통 목표를 찾아서 문서화합니다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과를 노사 모두 원한다", "직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직장을 함께 만든다."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같다. 방법이 다를 뿐이다"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협상의 온도를 바꿉니다.
노사협상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전략 3가지
신뢰가 쌓인 테이블에서 협상 기술이 역할을 합니다.
전략 01 · MPC — 복수항목을 다루는 방법
노조는 기본급 인상, 상여금, 명절상품권, 건강검진 예산, 영업차량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하나씩 답변하다 보면 이미 합의해준 항목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요구하는 쪽 (노조)
Basket 전략
각 항목 하나씩 답변 요구 → Yes 받은 항목은 바구니에 담아두고 다음으로 → 합의 항목은 다시 돌려주지 않음
요구 받는 쪽 (사측)
CATA 전략
모든 요구를 끝까지 경청 → 개별 Yes/No 없음 → "가장 중요한 1~2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역제안 준비
※ 상대가 Basket으로 오면 나는 CATA로 응합니다. 역할이 다름을 아는 것이 출발입니다.
전략 02 · 깔때기가 아닌 실린더로
❌ 깔때기 (Funnel)
항목 A → 합의 ✓
항목 B → 합의 ✓
항목 C → 흥정만 남음
→ 마지막 하나 두고 중간에서 만남
✅ 실린더 (Cylinder)
모든 항목 확답 없이 유지
여유 항목(상여금)으로
타이트한 항목(기본급) 보완
→ 예산 총액 안에서 구성 조정
전체 예산을 늘리지 않으면서 항목 간 조정으로 양측이 원하는 결과에 다가가는 방법입니다.
전략 03 · Over & Under — 과도한 요구에 대응
요구가 예산을 크게 초과할 때 씁니다. 비용이 올라가는 항목(Over)이 들어오면, 반드시 비용이 줄어드는 항목(Under)을 함께 요구합니다. 차량 교체 주기 단축 요구가 들어오면, 출장 숙박 기준을 낮추거나 회식비 한도를 조정하는 방향을 함께 테이블에 올립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거절이 아닙니다. "안 된다"가 아니라 "그것을 하려면 다른 것을 조정해야 합니다"입니다.
🔍 지금 내 노사 협상을 돌아보는 질문들
1
우리 노사 테이블에서 마지막으로 신뢰가 쌓인 행동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게 언제였는가?
2
지금 노측이 요구하는 항목들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니즈를 알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이 내뱉는 숫자만 보고 있는가?
3
올해 협상 결과를, 내년에도 같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있는가?
노사협상의 결과는 테이블 위 숫자가 전부가 아닙니다. 이번 협상이 다음 협상에서 상대방이 어떤 태도로 나타날지를 결정합니다.
이번 호 핵심 문장
"노사협상은 투쟁이 아닙니다. 가장 긴 관계를 가진 상대방과의 협상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기술이 통하지 않고, 신뢰가 있으면 기술이 배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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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호 예고 — 6월 23일 (화)
고객 요구를 다 들어줘도 해결이 안 되는 이유
노사협상에서 다뤘던 핵심이 영업 협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고객이 쏟아내는 7가지 요구사항 뒤에 진짜 필요한 것이 숨어 있다는 것. 그 니즈를 먼저 아는 영업사원과 요구사항에 끌려다니는 영업사원의 결과는 다릅니다.
→ 영업팀이라면 다음 주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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